이우백두 11기 - 22차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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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이우백두 11기 - 22차 산행

Subject

백두대간

Description

중1 이주은빠(이주한_파루)

감동하는삶, 백두대간 종주산행 22_(충북단양 벌재-저수령,160214)

살아온 삶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어떤 것일까? 정말 감동하는 삶이 있어 22차 산행기를 통해 사유하고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그분의 삶이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좌절하며 포기하고, 각자도생이라 하여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만 찾아가는 나와 우리 사회에 ‘더불어 숲’과 ‘여럿이 함께’를 통해 공감과 공존의 울림이 되시고, 지난달 암 투병 중 향년 75세의 나이로 영면하신 시대의 스승 고 신영복 선생님이다.

'21세기의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이우(以友) '벗과 함께', 우리 학교 이름을 지어 주시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제작한 ‘아이들을 구하라’ 스티커를 써주신 선생님은 육사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하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가석방 되는 1988년까지 무려 20년 20일을 감옥에서 지내신 분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한 판결을 받아 27살에 시작된 독방을 오간 옥살이가 47살까지 계속 되었다고 생각하니, 27살 결혼하여 아이가 15살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소백산권 벌재에서 저수령까지 백두를 함께 하고 있는 우리부부 45살 나이를 견주어도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만 요사이 주은이가 완역본 읽기에 도전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주인공 장발장이 19년간 감옥살이 중 좌절과 증오의 감정 아주 일부를 뮤지컬과 영화로 접해보니, 이보다도 더 긴 20년 20일간의 감옥살이가 더 충격적이다. 어떻게 하여 선생님께서는 증오가 아닌 희망을 볼 수 있었을까!

선생님은 만기가 없어 끝이 보이지 않는 무기징역 감옥생활 중, 한 달에 딱 한번 쓸 수 있는 엽서 한 장! 그 작은 공간에 한 달 동안 생각하고 사색한 것을 마음속에 정리하고 외워서 정해진 시간에 완벽하게 쓰신 후 검열을 거친 뒤 가족에게 보내졌다고 한다. 겨울 하루 중 길어야 두 시간쯤 들어오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을 보면서 막막한 좌절감을 딛고 살아 갈수 있었던 것이고, 그 글을 모아 펴낸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내며, 일과 삶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나와 우리 주변에 다시 한 번 거울이 되는 것이다.


충북 단양군 벌재에서 출발한 우리는 짧은 겨울 산행코스 예상보다 가파른 오르막 문복대를 오른다. 지난 조침령 산행에 이어 다시 한 번 상고대를 보며 머리에도 피워가는 눈꽃 모습에 즐거워한다. 한 이틀간 온 겨울비가 그친 뒤 불어오는 찬바람에 땅이 얼어붙어 가는 저수령 하산 길에는, 20명에 가까운 선두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대원들이 헛돌이를 하게 되었다.
애매한 상황에 전화를 하여 확인한 혜승이를 칭찬한다. “야 다시 올라와야 한데” 이야기를 전했을 때 아마도 친구들의 실망과 반발이 심했을 텐데! 다시 올라오라고 말한 미안한 마음에 헛돌이한 길로 마중을 간다. 우리 대원들이 멋지게 올라오고 있다. 최고령 이용택 할아버님, 최연소 도후를 비롯하여 선두권에서 함께 가던 대다수의 아이들이 올라온다. “고생 하셨어요. 많이 힘드셨죠! 야 반갑다. 수고했다. 너희들 참 멋지다” 진심어린 말을 건네고 다시 대간을 만나러 앞장선다. 눈발이 흩날리며 앞사람의 발자국이 없어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 만난 도로에 백두버스가 없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 황당하고 짜증스런 상황이 심리적으로 더 많이 힘들었을 텐데, 좌절 보다는 잘 견디어 다시 올라주어 너무 고마웠다. 산행기를 쓰며 신영복 선생님을 떠올리니 좌절이란 단어는 그렇게 함부로 막 쓰는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괜히 혼자서 주먹 불끈 의지가 쏟아 오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산행기로 이야기 한다. 함께여서 다시 올라 올수 있었다고, 백두는 함께 가니까 갈 수 있다고!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먼저 가다 자고 있는 토끼를 그냥 지나쳐간 거북이가 아니라, 함께 가자 친구야! 하며 깨워 갔을 것이다. 백두대간를 함께 걷고, 산행기 쓰며 깊게 사유해 보고, 친구들 산행기에 응원의 댓글을 쓰며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이 너무 멋진 녀석들이다.

저수령 하산 후 눈을 뜨기 어렵게 불어 데는 완전 강한 바람을 맞으며, 춥고 힘들게 고생한 다음 찾아오는 더 큰 보람에 기분이 좋다. 그리고 단양군 대강면의 손두부 집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즐겨 드셨다며 청와대 만찬주로 쓰였던 ‘소백산 대강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다. 백두대간에게는 괜스레 미안하지만, 백두하면서 다시 시작한 막걸리와 술로 잔뜩 부풀어 오른 뱃살과 늘어가는 허리띠 구멍을 보며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먹자 생각한다. 그래도 문복대에서 선두부터 후미까지 정상 인증사진을 찍으며 40분간 있었던 내게, 후미대장님이 저체온 예방이라며 권하여 주신 흑맥주와 소주를 섞어준 맛난 한잔이 생각난다. 하하하하! 오늘은 신영복 선생님 정감 있는 필체, 어깨동무체로 쓰신 서민의 술 ‘처음처럼’ 소주 한잔하며 힘내서 살아내야겠다. 고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선생님 글로 산행기를 마무리 합니다.


가장 먼 여행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 신영복 선생님, [처음처럼] 중에서 –

< 2/14 22차 산행 기록 >


1. 산행일자 : 2016년 2월 14일(일)

2. 산행 개요
- 구간 : 백두대간 28구간
- 위치 : 충북 단양, 경북 문경
- 코스 : 벌재(650)→들목재(750)→문복대(옥녀봉)(1077)→저수령(850)
- 산행거리 : 약 6.16km(마루금 : 6.16km + 연결로 : 0km)
- 소요시간 : 선두 3시간18분 / 후미 4시간02분

3. 참석자 : 총 54명 (11기 46명, 지원 4명, 성심원 4명)

4. 산행시간표
03:41 동천동 출발
05:55 조식장소 도착(식당명 : 신성봉가든, 메뉴 : 김치찌개, 된장찌게)
07:11 조식 후, 산행 출발지(벌재)에 도착하여, 체조 후 산행 시작
07:50 선두 들목재 도착 / 후미 08:00 도착
08:27 선두 1020봉 도착 / 후미 08:50 도착
08:55 선두 문복대 도착 / 후미 09:29 도착
* 하산 도중, 중간 그룹 약 10여명이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가, 약 40분의 헛돌이 발생
10:29 선두 저수령 도착 / 후미 11:13 도착 ==> 산행 종료, 버스로 이동
12:00 중식 장소 도착 (장소 : 고향집두부, 메뉴 : 순두부, 두부전골)
13:10 식사 후, 동천동으로 출발
15:20 동천동 도착


감사합니다.

Creator

이우백두 11기

Date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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