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백두 11기 - 21차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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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이우백두 11기 - 21차 산행

Subject

백두대간

Description

중1 이주은빠(이주한_파루)

감동하는삶, 백두대간 종주산행 21_(강원인제 쇠나드리-조침령-양수댐,160130)

든든하게 북엇국을 먹고 제법 익숙해진 겨울산행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니, 어느 할아버지 한 분께서 산행을 막아 선다. 이 길로는 못 가니 돌아가라! 여러 말할 것 없이 돌아가라! 쇠나드리 들머리가 개인 사유지임을 미리 알고 양해를 얻는 통화를 했었건만 이는 윗집 할머니셨고, 새벽부터 시끄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니 한번 부탁 드린다는 말은 전혀 소용이 없다.
산으로 향하는 길이 본인의 땅이기에 밟고 지날 수 없다며 막아 서시는 도무지 융통성 없는 분께서, 혹시나 무슨 서운한 것이 있으셨는지 피해를 보고 억울하셨던 사연이나 힘드셨던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기는커녕 전혀 대화가 되지 않고 예정된 길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잠시 사유한다. 목과 어깨를 돌려 풀며 눈을 감아보니 부모님들 생각이 난다. 주은이 돌 무렵부터 한 집에서 함께 살고 계신 부모님, 잦은 병치레에 늘 안타까운 처가 부모님. 아! 이제 7,80대 부모님들의 나이 드심, 늙으심이 확 느껴진다.
요사이 예전과는 다르게 나도 아내도 부모님들과의 사이가 좋지 못한 경우가 잦다. 왜일까? 쇠나드리 산길을 막아선 할아버지만큼은 아니겠지만, 대화가 되지 않고 말씀 드리는 것들을 전혀 듣지 않으시는 답답한 느낌이다. 부모님들의 어떤 모습이 그리 우리 맘 같지 않았을까?
의지 갖고 운동하며 움직이시지 않아 입맛 없고 기운 없음, 당신의 생각에 고집을 합쳐놓은 듯한 때때로의 모습, 이유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부담스런 시선, 문득문득 생각지 못했던 서운하심의 표현 등 안 좋은 모습만 우선하여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닌데! 분명 이게 아닌데! 이제 7,80년을 사용하여 오신 귀도 입도 눈도 어깨도 허리도 무릎도 다리도 분명 당신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힘들어 하시고, 심지어는 정신도 마음마저도 아마 힘드실 거라는 인정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당신들의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은 듯한 나! 이제 보호 받으셔야 할 존재임을 생각하지 못한 내게, 이름 모를 쇠나드리 할아버지께서 깨달음을 주신다.
당신들이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하시면 정말 아프신 것이고, 입맛 없다 하시면 정말 그러신 것임을 알아야겠다. 우리 기준으로 의지가 없으시니! 운동은커녕 움직이시지 않으시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병원을 모시고 다녀와 집 앞 골목에 내려드리고 돌아서니 와락 눈물이 난다. 당신들의 늙으심을 인정한 오늘이어서 슬프다.
아내는 꼬막을 씻는다. 찬물에 칫솔까지 써가며 뻘을 씻고 삶아 처음 해보는 꼬막무침! 퇴근 후 시작하여 밤12시를 넘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양념장을 얻어 가져다 드릴 그릇에 담는다. 아프신 아버지를 위하여! 아내에게 감동한다.
집에서는 주은이가 좋아하는 치킨만 시키지 말고, 당신들 좋아하시는 족발과 막국수도 사 갖고 들어와 마주앉아 막걸리 한잔 따라 드리고, 처가에는 드시고 싶다는 닭죽도 함께 드실 수 있게 어서 가야겠다. 무엇보다도 부모님들께 “네! 그럼요! 힘드셨죠! 잘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데요!” 해야겠다. 그냥 무조건 끄덕끄덕 하기다!


그리하여 멀고도 험한 등로를 개척해 가는 산행이 시작되었고, 중심 대열 전체의 선봉을 맡고 계신 든든한 체구의 선두대장님과, 그 앞에서 첨병의 역할로 이벤트대장님과 현수막대장님의 활약으로 백두리본이 매달려 있는 마루금을 만난다. 이우백두11기 리본을 매달아 놓으며 그 기쁨을 함께한다. 비탈이 심한 눈 쌓인 경사면을 오르며, 뭐 이런 길로 가느냐는 불만 없이 함께 해준 백두 식구 전부에게 감동이다. 길을 막아 서신 덕분에 다른 길을 찾아 나서며 만들어가는 백두산행의 경험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꽤나 보람된 느낌은 고생한 뒤에 찾아오는 느낌일 게다. 이후 조침령을 만날 때 까지 시간을 감안한다면 쇠나드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루금을 찾은듯하다.

이런 모든 상황을 잊게 만들어준 장면들이 연속하여 이어진다. 바로 상고대, 나뭇가지며 나무기둥 가리지 앉고 서리처럼 내려 앉아있는 상고대는 오후가 되어 햇볕이 살짝 나와 따뜻해진 기온에 눈폭탄이 되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장관이다. 폭설로 인해 눈이 쌓여 피어있는 눈꽃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눈이 오지 않아도 피어나는 상고대, 겨울철 맑은 밤 기온이 0도 이하 일 때 대기중 수증기가 차가워진 나뭇가지 등에 달라붙으며, 바람 방향에 따라 사방으로 얼어붙어 그 결정체가 눈처럼 보이는 순 우리말 상고대는 눈꽃이라 통칭하여 부르기도 한다. 겨울산행의 백미, 눈꽃 모양 상고대 자연의 신비스런 장면에 즐거워하며 장난치며 함께 걷는다. 특별한 겨울 산행에 감동한다! 다녀와서 서로 나눈 사진으로 기억하며 계속 감동한다!

초대형 표지석이 있는 조침령(770m)은 백두에서 지리까지 1,400km의 중간지점이라 하며, 새도 자고 넘는 고개 의미라 하니, 아이들과 점프 사진 찍고 참새 짹짹하며 놀았던 문경새재 조령(643m) 새도 쉬었다 간다는 곳과 비견된다. 그리고 흔히들 무심코 지나치는 입산통제 안내문을 산행대장님과 함께 정확하게 확인한다.
기존 선배 기수로부터 이어져온 코스는 조침령부터 설악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단목령 구간이다. 일반적인 산악회들은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의 눈을 피해 단목령을 지나 점봉산을 넘어 한계령까지 간다고 한다. 하지만 단목령 하산로가 전부 통제구간임을 감안하여 백두9기 선배님들이 산행한 단목령 이전 북암령 에서 진동리 방향으로 하산계획, 국립공원 통제구간은 산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그렇게 결정한다.
백두 출발이 토요일 아주 이른 새벽 시간이니 금요일 밤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출발 하루 전날인 목요일 산행대장님의 문제 제기가 있다. 이번 산행 통제구간이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하신 것이다. 이 무슨 일인가? 북암령마저 통제구간이라니? 긴급하게 대장단 의견들이 나오고 확인결과 국립공원의 비법정 탐방로 통제구간이 아닌, 이름 하여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통제구간! 산불방지로 2,3,11월경의 통제구간은 당연히 보았어도 이런 경우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확인하여보니, 지난 20차 산행 함백산 두문동재 하산길 역시 주목군락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통행은 허가하되 식물 채취 등이 금지된 구간이었고, 무심코 안내 입간판을 지나친 것이다. 강원 인제 곰배령 지역은 한반도 식물 생태계의 남,북방 한계선이 만나는 지역으로 한반도 식물 전체 종의 20%에 해당하는 854종이 자라는 곳이란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야생화 천국의 숲이 있는 산으로 보호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원칙 데로 다시 코스를 조정하여 출입이 가능한 조침령부터 양수발전 상부댐 까지로 정하고, 너무 짧은 코스임을 감안하여 조침령 이전 구간인 구룡령 방향 쇠나드리부터 1시간 코스를 추가한 것이다. 이우 백두대간 동아리 목적을 살리며 대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생각하는 기획대장님과, 산행 전반을 관리하며 조율하시는 산행대장님 결정의 수고로움에 크게 감사한다.

양수발전소 저수지 출입금지 팻말과 단목령 방향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상부댐이 나오기 직전에 하산을 시작하여 진동호라 불리는 상부댐과 2대의 풍력발전기를 확인 못한 채 계곡을 따라 또 다시 등로를 개척해가며 하산한다. 미끄럽고 위험한 계곡길을 따라 계획된 설피밭교가 아닌 38선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감동적인 것은 길을 만들어 가며 급경사를 오르내렸지만 누구 한명 불만의 큰 목소리 없이 상고대 눈꽃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참 매력적인 겨울 산행, 매력적인 백두 식구들이다.


< 1/30 21차 산행 기록 >


1. 산행일자 : 2016년 1월 30일(토)

2. 산행 개요
- 구간 : 백두대간 45구간
- 위치 : 강원도 양양, 인제
- 코스 : 쇠나드리 → 조침령(800) → 900봉 → 962봉 → 진동리(38선도로)
- 산행거리 : 약 9.6km(마루금 : 5.6km + 연결로 : 4km)
- 소요시간 : 선두 6시간15분 / 후미 6시간30분

3. 참석자 : 총 51명 (11기 50명, 지원 1명)

4. 산행시간표
03:00 동천동 출발
05:45 조식장소 도착(식당명 : 진동산채집, 메뉴 : 황태국)
07:30 조식 후, 산행 출발지(쇠나드리)에 도착하여, 체조 후 산행 시작
08:35 선두 쇠나드리고개(들머리) 도착 / 후미 08:40 도착
09:40 선두 조침령 도착 / 후미 09:49 도착
10:22 선두 900봉 도착 / 후미 10:44 도착
11:55 선두 저수지 출입금지 표지판(날머리) 도착 / 후미 12:12 도착
13:45 선두 38선도로 도착 / 후미 14:00 도착 ==> 산행 종료, 버스로 이동
14:30 중식 장소 도착 (장소 : 방동막국수, 막국수, 수육)
16:00 식사 후, 동천동으로 출발
18:30 동천동 도착


감사합니다.

Creator

이우백두 11기

Date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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